News Release:
2015 11. 04.
동문칼럼-학보사 칼럼(대광교회 김원만 86학번)
학보사 칼럼(대광교회 김원만 86학번)
머리를 굴리는 후배보다 가슴을 굴리는 동역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감신 86학번으로 내년이면 감신에 입학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30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학보사 지면을 장식해 본적이 없는 무능하고, 무관심 하고, 자격 없는 선배입니다. 그러나 조용히 뒤에서 감신이 잘 되기를 기도하고, 교수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목회자가 되려고 몸부림 치고 있고, 감신 후배들이 좋은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는 선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글을 부탁 받아서 그냥 본 대로, 느낀 대로 몇 자 적는 것이니 지금부터 쓰는 글을 크게 마음에 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타려는 우리 교회 전도사님들에게 가끔 우스갯소리로 “절대 장학금 받지 마! 공부 잘하면 목회를 못해!”라는 소리를 합니다. “내 동기들 중에 공부 잘하던 친구들은 다 교회 목회에서는 빌빌거리고, 도리어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해서 눈에도 안보이고, 놀러 다니고, 민주화를 위해 데모하고, 청운당구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친구들은 목회를 더 잘하더라. 날 봐라. 나도 졸업할 때는 감독회장상을 받았지만 이렇게 목회를 못하잖니!”라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도사님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저의 말을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부 잘하면서도, 목회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회를 잘한다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저는 교회가 크고, 교인이 많다고 목회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는 결코 아닙니다. 제 스스로 같이 공부하다가 여수 갈릴리교회에서 목회하는 친우에게 ‘자네가 나보다 더 목회를 잘하고, 내가 목회에서는 진 것 같다’고 솔직히 고백한 적도 있으니까요. 사람의 기준보다 하나님의 기준에 맞는 목회자가 목회를 잘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사람은 다 자기가 보고, 느낀 만큼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내린 현재의 결론은 “목회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공부 10년에, 목회 20년을 하면서 저에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다면 머리를 굴린 사람보다 가슴을 굴린 사람이 더 잘 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리를 찾고, 하기 싫은 일은 안하고, 좋은 자리만 보이는 머리 굴림은 도리어 손해를 보고, 묵묵히 가슴으로, 주어진 일을 성실히 행하고,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만 바라보며 겸손히 맡은 일을 충실히 감당하는 친구들이 더 잘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는, 머리를 굴리는 것은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이지만 가슴을 굴리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선배목사님이 인용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머리 크기를 재시는 분이 아니라 가슴(마음)의 크기를 재시는 분”이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머리(공부)는 대인과의 관계보다 자기와의 관계에서 유익한 것이라면, 가슴은 자기와의 관계보다 대인과의 관계가 우선이 되기 때문에 목회는 가슴으로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심지어 머리를 굴리면서 자기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 차 관계가 깨어지고 적을 만들기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의 눈에도 어렴풋이 보이더군요. 어린 후배들이 사역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머리 잘 굴리는 사람보다 가슴을 굴리는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고, 더 주고 싶고, 더 잘해 주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저 같이 대우 못 받으며 신학교를 보낸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본 교회를 섬기다가 은퇴하신 목사 사모님이 주시는 만원을 받으면서 4년을 봉사했습니다. 학교 등록금 때문에 야간에 노동현장을 뛰어 다니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마포 성광교회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성역비를 받고서는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내가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왜 난 머리를 굴리며 살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도리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후배님들에게 머리 굴리지 말고 가슴을 굴려서 처우를 제대로 받지 말라는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교회의 처우가 열악한 지 잘 알고 있는 현장 목회자입니다. 제가 20년 동안 목회를 해 보니까 결국 결정적인 것은 하나님을 바라보고 사람의 기준이 아닌 가슴으로 성실하게 수고한 자에게 더 큰 몫이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는 말입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라는 작은 조언입니다.
여주 오산교회에서 5년간 첫 목회, 서울 성수교회 부목으로 8년, 다시 여주 청안교회에서 담임목회 8년, 이제 서울 대광교회에 부임하여 교회예배당 건축하고 3년 이리저리 합치니 20년이 됐습니다. 분명 많은 목회자들을 만나지 않았겠습니까? 다양한 목회 경험을 하지 않았겠습니다. 정말 엄청난 생존경쟁 같은 관계와 현실에 부딪혀 보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목회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한다는 개똥철학 가지고,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하게 목회했습니다. 교회정치나 인맥에 기대어 움직여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지금 여기에 서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저를 평가하면서 좋은 목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죄와 허물이 금강석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아, 예수님 없이는 살 수도 없고, 그저 하나님의 은혜로 목회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가슴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감신 후배 여러분! 지금 후배님들이 만나고, 만나야 할 현실은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을 압니다. 머리를 굴려도 안되고, 머리를 굴릴 수 조차도 없는 답답함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부탁하고 당부하고 싶은 것은 “목회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공부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사고가 목회에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머리는 좋은데 가슴이 식어지는 것보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사랑하며,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는 목회가 하나님과 성도 앞에 정도정행(正道正行)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머리를 굴리는 후배보다 가슴을 굴리는 동역자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