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Release:
2014. 10. 10.
사색(四色)의 사람들
이호군목사(87학번) 해남새롬교회

“어머니 품에서 함께” 지난 9월 15-16일 경주대명리조트에서 열린 감신인의 날 주제다. 졸업 후 처음으로 감신인의 날에 참여하며 참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머니 감신의 품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설렘이 있는 시간이었다.
감신인의 밤 안내책자가 아직 서재의 책상 위에 있을 때 학보사 기자로부터 동문칼럼요청을 받고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있음에 앞뒤 생각 없이 욕심을 내 대답을 하고 말았다. 87년도 신앙생활이라곤 채 2년 밖에 못한 아무것도 모르는 한 놈이 감신 동산에 입학을 하게 됐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시작할지를 모르는 나에게 감신의 학생들은 그저 바라봄의 대상이었다. 내가 만난 감신은 언제나 네 가지 색깔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의 색깔은 늘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며 또 하나의 색깔은 점심시간이 되면 언제나 웰치에 모여 찬양과 기도를 하는 학생들, 그리고 아레오바고에 모여 외치는 학생들과 깊은 생각과 삶을 나누는 학교 주변의 학생들이었다. 너무도 다르게 느껴졌던 네 가지 색깔의 학생들이 목회라는 사역의 자리에서 멋진 조화를 만들어 가게 됨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 네 가지 색깔을 느끼는 시간이 후배들에게도 있기를 기대한다.
첫째는 도서관의 불을 밝히는 신학생이기를 당부한다. 아직도 나는 한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여 읽고는 하는데 한길서점 아주머니 말씀이 학교에 다니며 이렇게 책을 읽었으면 장학금 타고 다녔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맞는 말씀이다. 목회의 현장에서야 알게 된 사실은 목회자는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사십이 넘어 굳어 버린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신학 서적을 읽고 있다. 도서관의 불빛은 신학생들에게 신학자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도서관의 불빛아래서 공부해야 한다. 현재 김흥호 선생님은 당신의 설교문에서 공부에 공(工)은 하늘과 땅이 사람을 잡아 당겨 곧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제대로 된 목회자는 곧은 길을 열어야 하는데 하늘이 그를 당겨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도서관의 불빛이 어머니 감신의 자녀들을 곧은 신학자의 길로 인도하리라.
둘째는 웰치의 기도와 찬양이 살아있는 신학생이기를 당부한다. 짧은 신앙생활로 작은 열정만으로 입학한 터라 기도와 찬양을 제대로 모르던 나에게 웰치의 영성은 가난한 자와 약한 자를 위한 기도를 배우게 했으며 영혼을 담은 찬양의 기회를 만들도록 했다. 목회자는 전도자가 돼야 한다. 많은 경우 목회자들이 전도자로 살지 못하고 있다. 존 웨슬리 그는 평생을 전도자로 살고 간 사람이며 우리는 그의 후예 웨슬리안이 아닌가? 웨슬리안이 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전도자로 세우기에 앞서 나 자신이 가난한 자, 약한 자를 위한 전도자로 살아야 할 것이다. 웰치의 영성을 회복하고 키워갈 때 어머니 감신의 자녀들은 풍성한 영성가의 길로 인도될 것이다.
셋째는 아레오바고의 외침이 삶을 울리는 신학생이기를 당부한다. 나의 감신 생활은 아레오바고의 많은 외침을 듣고 가슴이 울렸지만, 손과 발이 함께 참여하지 못한 주변인의 삶을 살았다. 지난 4월 16일 해남의 옆 동네인 진도에서 세월호의 침몰 소식을 들으며 난 목회의 여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대로 시골 교회에서 열심히 목회한다고 칭찬 듣는 목회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목사가 맞는가?’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내 목회의 터전이 진동하는 순간이었다. 해남과 팽목항을 오가며 이 고민은 아직도 깊기만 하다. 이제 조금씩 알아 가는 것은 예언자의 야성을 잃어버렸던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감신의 아레오바고는 늘 예언자의 야성이 살아 있는 터전이었다. 난 주변인의 삶으로 지나왔으나 하나님께서는 내 속에 어머니 감신을 통하여 예언자의 야성을 심어 주셨다. 아레오바고에 살아있는 예언자의 야성을 살려야 한다. 어머니 감신의 자녀들은 살아 있는 예언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넷째로 생각과 삶에 대한 삭힘이 있어야 한다. 현재 김흥호 선생님은 “고난 십자가”라는 설교에서 ‘내 마음은 썩어서 없어지든지 어떻게 변하든지 바뀌어야 되는 거죠. 썩어야, 그래서 나중에는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알아야, 그리고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대로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그래야 되는 거죠’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에게 삭힘이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십자가는 삭힘이 아닌가? 아파하고 아파하며 썩어진 곳에서 새로운 싹이 나는 것이다. 거기에 부활이 있는 것이다. 이 썩어짐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어머니 감신의 자녀들은 썩어짐을 통하여 부활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어머니 감신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으나 아직도 이 네 가지 색깔의 신학생들의 모습이 그 품에 살아 있기를 기대한다.